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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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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체형으로 살아온 나는 운동을 하지도, 그렇다고 안 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 오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살았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모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인삿말을 해주었는데 이런 상태가 어느 정도는 기여했을 거라 믿고 살았다. 그런데 작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야식을 먹는 생활을 반복했더니, 체중이 80kg을 넘어섰다. 한 번도 앞자리가 8인 적이 없었는데 인생의 최초, 최고를 모두 달성해 버렸다.

문제는 이렇게 붙은 살은 빠질 기미가 안 보였다. 적당히 안 먹고, 적당히 움직이면 쉽게 원래대로 돌아갔던 몸이었는데 꼼짝도 안 하다니... 몸에 배신을 당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을 까먹었달까? 더 힘든 점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운전할 때 등이 아파서 운전대를 놓고 싶었고, 잠들려고 침대에 몸을 기대면 심장이 두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잠을 못 잤다. 바깥을 한두 시간 돌아다니면 지치기 일쑤였고 쉬러 카페에 들어가 앉아 있어도 편하지 않고 눕고 싶었다.

이렇게 삶의 질은 바닥을 치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걸 몸소 체험하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드니, 우선 식단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다. 꽤나 유행하던 저탄고지와 간헐적 단식을 접목 시켜봤다. 저탄고지는 단백질, 지방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보여서 시작했고, 간헐적 단식은 오토파지를 통해 몸이 스스로 자가 회복을 하며 살 빼기에도 좋다고 해서 해보기로 했다. 또한 지방의 소화는 6~8시간 정도가 걸리니 아침 저녁으로 배불리 먹으면, 두 가지 방식의 시너지로 힘들지 않게 살을 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작한 첫날부터 비상이었다. 탄수화물과 과일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인 식단을 못 견뎌 했다. 머리는 아프고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인간은 튼튼했다. 우리 몸에는 짜장면이 200그릇 들어 있다고, 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고 하셨던 어느 의사분의 말씀이 떠올리며 하루, 이틀, ..., 세 달을 보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기가막히게 살이 빠졌다. 81kg였던 몸이 거의 식단만으로 70.5kg까지 줄어들었다. 그동안 일정 체중 이하로 떨어지진 않아서 그저 나이가 먹었겠거니 했던 생각은 틀려먹었다. 먹은 건 나이가 아닌 고칼로리의 음식이었던 것... 식단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한 편으로는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게다가 호르몬이 안정화 되었는지 폭식도, 달달한 간식도 당기지 않게 되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일까. 제대로된 저탄고지 식단을 준수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운동을 병행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수분과 근육도 같이 빠졌다. 비율로 따지면 수분 2 : 근육 2 : 지방 6으로 선방하긴 했지만... 항상 힘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그리고 초기의 목표보다 더 많이 체중을 감량했기 때문에 다시 일반식으로 돌아갔는데, 살이 다시 찌는 게 무서워서 식단을 조심스럽게 고르는 습관을 지니게 됐다. 이제 구내식당에서도 면, 밀가루, 튀김은 제외하고 백반이나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나도 이제 관리하는 남자가 된 느낌이었다.

일반식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다시 조금씩 체중이 오르기 시작했다. 몸에도 관성이 있어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기 쉽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바뀌는 게 맞나? 골목식당 방송에서 모 사장님이 외쳤던 '돌아갈까봐 그래 돌아갈까봐'는 몸에도 적용이 되는 거였다. 금세 3kg가 다시 붙기 시작하고나서는,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며 난생 처음으로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되었다.

달리기와 맨몸운동을 위주로 했던 내게 헬스장의 풍경은 낯설었다. 물론 이전에도 갔었던 적이 있었지만 거의 5년만의 방문이다 보니 뭔가 어려운 느낌이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다 정신을 잃으면 어떡하지라는 나약한 생각이 들었고 헬린이임을 뽐내며 기구를 이용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게 보일까 부끄러웠다. 하지만 건강해지겠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용기를 내보았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완전 근육몬이셨는데, 살밖에 없는 마른 비만인 나와는 달랐다. 서울대 과외선생님의 운동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뢰가 갔다. 개수와 운동 수행에 타협하지 않는 선생님을 따라서 어떻게든 레슨 횟수를 다 채우면 근육은 모르겠고 건강해질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거진 1년간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내겐 매 수업이 걱정과 무서움의 연속이었지만 조금씩 체력이 붙는 모습을 보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운동은 2~3번만 가면 목표 달성이라고 만족하던 내가 3번만 가면 아쉽다고 생각이 바뀌는 걸 보고 놀랐다. 사실 운동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었나 보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한 작년 9월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은 71~72kg를 유지하면서 체력도 훨씬 늘었고, 체형도 변화됐다. 9년 전에 샀던 니트가 그때보다 몸에 맞다는,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또 몸이 예전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이어트를 최우선으로 사니 인생이 썩 즐겁진 않다. 약속에 가면 폭식, 폭음이 예상되니 약속도 안 잡고, 회식이 잡히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술도 안 마신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삶이 고통스럽다는 걸 잠시나마 체험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더 재미없게 살고, 나를 위해 좋은 활동을 더 찾아서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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