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20대부터 30대인 지금까지 연애를 불편함 없이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먹으면 연애는 쉽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곧잘 했다. 여러 번의 연애가 있었는데 기간은 짧으면 1개월, 길면 현재 진행형인 2년 3개월까지 다양했다.
헤어진 이유는 내가 좋아했지만 상대방이 식어버린 경우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헤어진 경우를 제외한다면 매번 비슷했다. 싸움이나 다툼이 있을 경우에 그걸 못 견뎌했다. 원인이 나한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 때는 공부와 알바를 한다는 이유로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게 있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일이 바빠서 신경을 못 쓴다는 거였다.
다만 이 두 가지는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지?' 가 마음 한 켠에 내재되어 있었다. 헤어지기는 싫었는지 싸울 때마다 미안함과 잘못했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사과를 했지만, 서로 참다참다 결국 한번씩 터져나오는 분노가 표출이 되면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연애가 끝날 때마다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지만 결국 이별한 연인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세는 게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나서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방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사는 건지, 혹은 이 사람 아니어도 또 만나면 된다는 자만심이 있는 건지 고민이 들면서 앞으로의 연애는 좀 더 그 사람에게 맞추고 싶다고.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연애를 시작할 때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사과하고, 화가나는 일이 있더라도 먼저 연락하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말자고. 이 사람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그렇게 2년 동안 연애를 하며 크고 작은 다툼을 잘 이겨냈고 이 사람이라면 결혼하고 싶다는 감정이 생겼다.
그런 마음으로 같이 살 집을 구하러 다녔고, 운좋게 집을 싸게 구입할 기회를 얻게 되어 결혼을 하기 전에 내 돈과 여자친구 돈을 모아서 집을 매매했다. 앞으로는 장밋빛 미래만 있겠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은 여자친구 부모님을 뵙고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은 여성스러운게 아니냐는 말을 들은 여자친구는 우리가 잊고 살던 문제를 떠올리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스탠스로 바뀌게 되었다.
그 이후 이제 동일한 문제로 틈틈이 다투게 되었는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는 건이었다. 퇴근 후 피곤한 상태에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이 내용을 외면하고 싶어 대화를 피했고, 여자친구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서 나는 쌓여온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터트렸고, 냉전이 흐르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전이었다면 그냥 내려놓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여자친구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말 사랑하기 때문일까, 사귀었을 때의 다짐 때문일까, 혹은 나이가 더 들어서 이제 누군가를 못 만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내 돈이 들어간 부동산 때문일까.
조금만 더 참았으면 별일 없이 흘러갔을 텐데, 또 혼자만의 화를 이겨내지 못한 내 잘못일까 자책하게 되기도 한다. 친구, 동기, 회사 선후배들에겐 너 같이 착하고 사람 좋으며 믿음직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나인데 그들 앞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거짓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맞을까.
내일은 사과의 손길을 다시 내밀어 봐야지라는 생각과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에 대한 고민이 공존하는 밤이 지나가고 조금은 더 행복한 아침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